한류 다큐&칼럼

 

'오징어 게임' 열풍과 한국적인 것의 가치

대한K화랑 0 131
또 한바탕 한류가 휘몰아치고 있다, “이미 넷플릭스 1억 1,100만 계정에서 역대흥행 1위 기록을 경신하였다”, “미국에서 일주일간 시청시간 30억분 넘어, 아시아 최초 신기록”과 같은 보도가 흘러나오는 등, 지금 세계는 드라마 ‘오징어 게임’ 열풍에 휩싸였다. 기록은 지칠 줄 모르는 심장처럼 뛰고 있다. 물론, 나도 시청에 동참하였다. 1화부터 9화까지 쉼 없이 보았다. 참 재미있었다. 그리고 흥미로웠다.
 
무엇이 사람들을 이 드라마 속으로 빨려 들어가게 했을까. 작품의 가장 중요한 축은 가장 한국적인 요소가 드라마의 전편에 흐르고 있다는 것. 거기에 주목해야 한다. 나는 이 점에 특별히 방점을 찍고 싶다. 콘텐츠에서 보면, 한국 문화와 정서, 그리고 일상이 절묘하게 결합된 한국의 서사다. 한국인이 즐겼던 게임과 놀이 문화를 전개하고 추억을 소환하면서, 현대과학을 활용해 상상력을 꽃피웠다. 드라마의 묘미를 극대화하는 효과를 빚어낸 것이다. 분명한 것은 가장 한국적인 서사가 전 세계 사람들의 마음을 관통했다는 사실. 그것이 글로벌 흥행대작을 낳았다.  
 
지난, 10월 26일, 뉴욕 타임스퀘어에서 '오징어 게임과 함께하는 뉴욕 속 한국 여행' 행사. 참가자들이 딱지치기를 하고 있는 영상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행사에는 80명 모집에 3100여명 몰렸다고 한다. 영화 속 등장인물들이 초록색 트레이닝복을 입고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달고나’, ‘딱지치기’ 등 한국 놀이를 서바이벌 형식으로 체험했다. 
 
그때 무엇보다 인상 깊게 보았던 것은 그들이 한국어로 “딱지치기”를 따라서 발음하는 장면이었다. 그것은 마치 세계적인 팝스타 방탄소년단(BTS)이 우리의 노래 ‘아리랑’을 부르자, 외국 관중들이 이른바 떼창으로 따라 부르던 모습을 연상케 하는 것이었다. 흥미로움을 넘어 신기하였다. 그리고 우리 고유의 문화가 세계인의 정서와 소통하고 있다는 생각이 발동되는 순간이었다.  
 
그렇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의 핵심도 바로 가장 한국적인 소재가 세계화의 근간이 될 수 있고, 상상력과 발상의 뿌리가 될 수 있다는 것. 한 나라의 문화적 특수성과 세계적 보편성을 별개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는 뜻이다. 양자는 서로 소통하는 성질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무한한 에너지를 발휘할 수 있는 경쟁력의 바탕은 거기에 존재한다. 그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예를 들어보자. K-DRAMA의 주역으로 전 세계적인 인기를 한 몸에 받았던 ‘대장금’, 한국인으로서의 윤리와 예절을 재미있게 그려낸 '사랑이 뭐길래',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관왕을 수상했던 영화 ‘기생충’, 배우 윤여정 씨에게 제93회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안겨준 영화 '미나리', 등등 이들 작품에는 ‘오징어 게임’과 마찬가지로 우리 한국인의 일상과 정서가 흐르고 있다. 이밖에도 우리의 음식, 게임, 전통, 순수예술, 한국어 등, 한국 문화 전반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이 확대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이 모든 것들의 바탕에는 우리의 문화가 숨 쉬고 있다. 그것이 지구촌 사람들을 움직이는 힘이다. 
 
해외로 눈을 돌려보면, 노벨문학상 수상 작품인 가와바타 야스나리(川端康成, 1899-1972)의 ‘설국(雪國)’은 일본만이 가진 미적 세계를 묘사하였다. 중국인으로 처음 노벨상을 받은 모엔(莫言, 1955-  )의 작품도 그 소재나 주제가 중국의 설화와 역사와 어우러진 결과물이다. 그러한 사례는 문학뿐만 아니라, 예술 여러 분야에서도 얼마든지 살필 수 있다. 자국의 문화나 정서가 인류 보편의 사고와 소통하는 성질을 갖고 있다는 방증이다. 우리 고유의 것을 제대로 알아가는 행위가 중요하다. 그것이 글로벌 경쟁력의 바탕이 된다는 것을 명심하자. 
 
물론, ‘오징어 게임’ 성공에 기여한 요인으로 장면과 장면 사이에 배치된 긴장감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은 마치 선물을 받는 느낌이었으리라. 드라마를 보는 내내 끝까지 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문학작품이든 영화든 예술작품에서 긴장감은 성공을 담보하는 중요한 축의 하나가 아닌가. 시인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행과 행 사이에 숨어 있던 긴장이 팽팽하게 작동하는 시, 그것을 읽었을 때와 같은 원리다.  
 
‘오징어 게임’ 열풍은 현재 진행형. 세계가 한류의 흐름으로 강하게 흡입되는 것을 보면서, 다시 한번 한국적인 것의 가치가 소중하다는 생각을 하는 새벽이다.  
 
오석륜 시인/인덕대학교 비즈니스일본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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