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 다큐&칼럼

 

‘국뽕’ 아닌 보편성 공감에 달린 한류 성공

대한K화랑 0 203

 

일러스트레이션 권기령 기자 beanoil@donga.com

 

알파고 시나씨 터키 출신·아시아엔 편집장

세계적으로 ‘오징어게임’ 열풍이 불고 있다. 드라마가 처음 나왔을 때 국내 시청자들 사이에선 칭찬보다 작품 수준에 대해 비판하는 목소리가 컸다. 이에 필자를 포함한 다른 이들은 “무슨 소리야? ‘메이드 인 코리아’ 드라마가 전 세계적으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데, 그런 소리 하는 것 아니야! 우린 깐부잖아!” 하면서 굳건한 지지 선언을 했다.

 

그러나 이젠 그 역효과가 생긴 것 같다. 너무 많은 한국인들이 ‘오징어게임’에서 ‘국뽕(국가에 대한 지나친 자부심)’을 느끼고, 민족주의적인 분위기를 만드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과연 오징어게임에서 과거 한류 열풍을 이끈 드라마 ‘대장금’과 같은 ‘국뽕’을 느껴도 될까. 뿐만 아니라 무엇이 한류 열풍이고, 과연 무엇이 개인 예술가의 국제적인 성공인지도 고민해볼 시점이다.

 

한국 미디어 시장은 특히 2000년대 이후부터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한국의 많은 드라마들이 해외에서 큰 인기를 얻고, 소위 K드라마 열풍이 불고 있는 상황이다. 사극 ‘대장금’은 대표적인 사례였다. ‘대장금’은 이란에서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적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대장금’과 ‘오징어게임’을 같은 한류로 봐야 할까. ‘대장금’을 보는 외국인 시청자는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하나는 이미 한국을 알고 있었는데, 한국 콘텐츠들을 소비하는 과정에서 ‘대장금’을 보게 됐고, 팬이 된 경우이다. 반면 한국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다가 우연히 ‘대장금’을 보고 팬이 되고, 다른 한국 콘텐츠에 빠지게 되는 경우도 있다.

 

두 사례 모두 인기의 핵심에는 한국 전통문화가 있다. 그래서 ‘대장금’은 한류의 본보기가 됐다. 그렇다면 ‘오징어게임’도 ‘대장금’과 같이 한국 문화의 특수성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성공한 것일까. ‘오징어게임’ 속의 달고나, 딱지치기 혹은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게임 같은 한국적인 아이템들이 없었다면 대박을 치지 못했을까. 대장금 같은 드라마들의 성공에 한국 문화의 특수성이 작동됐기에 드는 생각이다.

 

 

과거에도 이와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이다. 당시 ‘강남스타일’을 즐겨 들었던 사람 중에 한국의 수도가 서울이라는 것을 아는 이는 많지 않았다. 심지어 싸이를 중국인이나 일본인으로 착각한 사람도 많았다. 그러나 그 덕분에 ‘강남스타일’은 한국이라는 바운더리를 넘어 세계적인 인기를 얻었다. 싸이가 ‘강남스타일’로 얻은 세계적인 인지도는 한류라는 현상을 넘었다.

 

이는 콜롬비아 출신 팝스타 샤키라의 성공과도 비슷하다.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개·폐막식 무대에는 유명한 가수들이 섰다. 그중에서 국제적인 인지도로 봤을 때 원톱은 샤키라였다. 그의 이름, 혹은 그 노래들을 안 들어본 사람은 아마 거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출신 고향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사람들은 “미국 아니야?” 혹은 “예전에 스페인어 노래들을 불렀는데, 스페인 출신 아니야?”라고 했다. 정답을 아는 사람이 극소수였다. 왜냐하면 샤키라는 자기 고향의 바운더리를 넘은 예술가이기 때문이다.

 

다시 ‘오징어게임’으로 가보자. 필자가 보기에 ‘오징어게임’의 흥행을 가지고 ‘국뽕’을 느끼는 것은 별로 바람직하지 못한 것 같다. ‘오징어게임’의 흥행 방식은 샤키라 혹은 싸이의 ‘강남스타일’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이 드라마를 보고 즐겼던 사람들은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라는 한국 전통게임을 즐긴 게 아니었다. 드라마 속 한국 전통문화 아이템이 없어도 이 드라마는 히트를 쳤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 작품은 거대 자본주의가 어떻게 현대 사람을 괴물로 만드는지를 세밀하게 보여주면서 인간의 본능을 잘 표현했다는 차원에서 큰 인기를 얻었기 때문이다. 드라마 핵심이 한국 전통놀이가 아니고, 인간의 이중적인 모습 그리고 선과 악의 애매한 기준이다. 한국의 전통문화가 소개되어서 이렇게 뜬 것이 아니고 인간의 보편적인 문제점이 잘 표현되어서 뜬 것이다. 그래서 ‘오징어게임’을 통해 ‘국뽕’을 자극하기보다는 황동혁 감독 개인과 넷플릭스에 감사해야 한다. 황 감독의 상상력, 그리고 넷플릭스의 네트워킹 덕분에 ‘오징어게임’ 속 우리 한국 문화가 세계인들에게 잘 소개됐다.

 

알파고 시나씨 터키 출신·아시아엔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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