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 다큐&칼럼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다'...K-공예를 만드는 사람들

대한K화랑 0 123
모델이 착용한 족두리는 황동 관과 오간자, 자개와 옥 구슬 등으로 제작됐다

사진 출처,로제블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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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델이 착용한 족두리는 황동 관과 오간자, 자개와 옥 구슬 등으로 제작됐다

 

 

K-팝, K-드라마, 한국 영화 등이 세계적인 인기를 얻으면서 한국 대중문화 콘텐츠 수요는 전 세계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더불어 작품속에 등장하는 음식, 의상, 소품도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방탄소년단 BTS의 '대취타', 블랙핑크의 한복 뮤직비디오 등에 힘입어 한복과 전통 장신구, 나전칠기 등 K-공예품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한류 열풍이 있기 전부터 나전칠기와 노리개, 족두리 등 한국 전통 공예품이 뿜어내는 고유의 미에 매료된 사람들이 있다. 급기야 본래 직업을 그만두고 전통 공예품을 만드는 일에 뛰어드는 이들도 있다.

 

옛것에 빠져 이제는 전 세계에 K-공예품을 전파하는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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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넘어 세계로, 과거를 넘어 미래로

 

'오간자 꽃이 피었습니다'


경기도 수원에 있는 작은 공방 안은 반짝이게 빛나는 꽃들로 가득하다.

 

그 속에는 작업대에 앉아 분주하게 손을 놀리는 한영선(40) 로제블랑 대표가 있다. 가느다란 철사가 그의 손을 거치면 다섯 잎의 꽃송이가 피어난다.

 

한 대표는 지난 2015년부터 현재까지 와이어로 만든 웨딩 헤어 장식 공방을 운영하고 있다.

 

와이어 공예는 철사와 같은 와이어를 비즈나 천, 금속 등 다양한 부자재와 엮어 장신구를 만드는 기술이다. 한 대표가 주로 제작하는 제품은 결혼식에 신부들이 착용하는 액세서리류로 헤어핀, 티아라, 머리띠 등이다.

 

웨딩 장식인 만큼 하얀색과 은은하게 빛나는 제품이 주를 이루지만, 공방 곳곳에서 샛노랑, 핫핑크, 진초록 등의 장신구들이 강렬한 빛을 발산하며 시선을 빼앗는다.

 

"해외의 외국 신부들은 색이 들어간 액세서리를 주문해요. 자신이 입을 드레스 색에 맞춰 빨간색 보석을 넣어달라고 주문한 신부도 있었어요."

 

로제블랑 공방에 자개와 진주, 옥 등 한국 전통 자재를 접목해 제작된 액세서리가 진열돼 있다

사진 설명,

로제블랑 공방에 자개와 진주, 옥 등 한국 전통 자재를 접목해 제작된 액세서리가 진열돼 있다

 

로제블랑의 고객 절반이 해외 고객이다. 한 대표가 지난 2014년 처음으로 그의 작품을 인터넷에 올렸을 때 '구매를 원한다'고 연락을 해 온 곳도 스위스였다. 팔기 위해 올린 것이 아니었기에 그는 매우 "당황스럽고 놀랐다"고 했다.

 

한 대표는 '서양에서 만드는 웨딩 액세서리는 주로 크리스털을 사용한다'면서 반면 그는 '자개, 진주, 색이 들어간 원석 등을 사용하는 것'이 차이점이라고 설명했다. 때문에 그가 제작한 액세서리가 '한국적인 느낌이 더 살아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래서 처음 그가 공방을 열었을 때 영국, 이탈리아, 프랑스와 같은 유럽 국가에서 문의가 오고 반응이 좋아 특히나 의아했다고 한다.

 

"영국에 있는 오래된 앤틱숍에서 왕관을 구입하고 싶다고 연락이 왔어요. 그 자체가 신기하고 설렜죠."

 

크리스탈과 진주 등 다양한 부자재를 접목시켜 만든 헤어장식이 나열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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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털과 진주 등 다양한 부자재를 접목시켜 만든 헤어장식이 나열 돼 있다

 

해외에서의 인기 비결로 한 대표는 '해외 고유의 결혼식 문화'와 그가 표현할 수 있는 '한국 고유의 미'를 꼽았다.

 

"해외에서는 결혼식 때 착용한 액세서리를 대대손손 물려주는 문화가 있더라고요. 고객들은 '자신만을 위한 세상에 단 하나뿐인 장신구'를 원해요. 저한테까지 연락해서 주문을 하는 것은 해외에는 없는 한국의 미를 원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차별화되니까, 특별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한 대표에 따르면 나라마다 주문에 특징이 있다.

 

한국에서는 최근 스몰 웨딩이 인기를 끌면서 맞춤 제작을 의뢰하는 신부들이 늘었다. 신부 본인이 직접 공방을 찾아 결혼식에 착용할 액세서리를 직접 만들어 가기도 한다.

 

영국과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미국 등 서방국가에서는 자신이 입을 웨딩드레스에 어울리는 티아라와 헤어장식을 맞춤 제작 해달라고 의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최근 한류 열풍에 힘입어 일본과 홍콩뿐 아니라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 국가에서는 웨딩숍에서 대량주문이 들어오기도 한다. 특히 전소미, 에일리, 아이즈원, 트와이스 등 K-팝 아이돌이 그의 제품을 착용하면서 K-공예품도 세계 곳곳 더 넓게 퍼져나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이전에는 홍콩과 말레이시아 등 비교적 가까운 나라에서는 예비부부들이 직접 공방을 찾아 제품을 맞춰가기도 했다.

 

한영선 로제블랑 대표가 공방에서 와이어를 이용해 꽃을 형상화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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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선 로제블랑 대표가 공방에서 와이어를 이용해 꽃을 형상화 하고 있다

한영선 로제블랑 대표가 공방에서 와이어를 이용해 꽃을 형상화 하고 있다

 

'색(色)' 다른 자개


남대문시장의 한 매장에서는 꽃분홍 배경 위에서 영롱한 자개 빛을 뿜어대는 나비의 날개짓을 볼 수 있다.

 

보석함, 소반 등 나전칠기 공예품이 나란히 진열된 이 매장이 특히 눈에 띄는데는 이유가 있다. 흔히 나전칠기는 자개의 빛을 돋보이기 위해 검정 바탕이 대부분인데, 이 곳 공예품은 핑크, 베이비블루, 레몬 등 바탕이 색(色) 다르다.

 

지난 2000년부터 21년간 자개 공예품을 제작해 온 이온수(66) 예문공예 대표는 한국 나전칠기의 전통 기술은 유지하고 파스텔 바탕으로 칠을 더해 현대미를 살리면서 '젊은 나전칠기'를 선보이고있다. 그의 주고객층은 해외 구매자들과 30에서 40대의 젊은 여성들이다.

 

"프랑스와 싱가포르에 단골손님들이 있어요. 코로나 19로 상황이 어렵게 되자 해외에 있는 고객들이 '한국에서만 구할 수 있는 물건인데, 매장이 사라지면 안 된다고, 매장 사라지는 것이 제일 걱정이라면서 꾸준히 주문해주세요."

 

코로나 19가 작품 판매에 꼭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코로나 때문에 사회 분위기가 어둡잖아요. 그 때문인지 밝은 바탕의 나전칠기가 고객들한테 사랑을 많이 받는 것 같아요. 사람들이 밖에 나가지 못하니까 산과 풀이 그리워서 그런 건지 초록색이 인기가 많습니다."

 

남대문시장 중앙상가 예문공예 매장에 진열 된 나전칠기 공예품의 배경은 주로 파스텔색으로 이루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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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대문시장 중앙상가 예문공예 매장에 진열 된 나전칠기 공예품의 배경은 주로 파스텔색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온수 대표가 처음부터 자개 공예의 길을 걸었던 것은 아니다. 일찍이 무역업에 종사했던 그가 취급하던 물품 가운데는 나전칠기가 있었다. 그때 접한 나전칠기를 통해 자개의 매력에 빠진 이 대표는 급기야 잘 나가던 무역업을 접고 아예 공방을 차리는데 이른다.

 

"나전칠기라는 게 고려 시대 때도 찬란했고, 조선 시대 때도 빛났고, 근대에 와서는 전 세계적으로 호감을 받는 예술품이예요. 다른 가구와 달리 집 안에 들이면 생동감이 있어요. 자개의 빛과 색상에 힐링이 돼요."

 

이미 한국을 넘어 세계로 뻗어 나가고 있던 나전칠기였지만 아쉬운 점이 있었다. 한때 안방마님들의 꿈이었던 자개장은 고리타분한 '옛날것'이라는 취급을 받고 있는 것이었다. 이 대표는 세대가 변함에 따라 자개 공예품에도 변화를 가져와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 변화를 색에서 꾀하기로 했다.

 

"시대의 흐름은 여성들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전통 공예품도 결국에는 여성들이 좋아해야 구매를 하고 그것이 트렌드가 되잖아요. 그래서 여성들이 입는 옷, 유행하는 색을 유심히 관찰하고, 여성들의 패션이 어떻게 변하고 발전하는지 보면서 아이디어를 얻었어요."

 

파란 옻칠 위에 자개 장식이 하나씩 올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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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옻칠 위에 자개 장식이 하나씩 올려지고 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


이온수 대표는 나전칠기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대부분이 60대 이상의 고령들로 "안타깝게도 나전칠기 공예를 하는 젊은 세대들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최근 "젊은 사람들이 나전칠기에 관심을 가진 다는 것은 매우 희망적인 일"이라며 앞으로 "자개 공예 전통이 이어져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취미든 사업이든 나전칠기 공예에 관심을 보인다는 것은 희망이 있는 현상이거든요.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한국 콘텐츠 수출은 2014년 52억7000만달러(약 6조2500억원)에서 2019년 103억9000만달러(약 12조 3000억원)로 최근 5년 사이 두 배 가량 늘어났다.

 

또 한국 통계청에 의하면 2009년부터 2019년 간 창의와 예술 서비스 종사자 수는 27% 증가했다.

 

문화산업이 급속히 성장하면서 K-팝과 K-드라마 등 대중문화 콘텐츠는 사랑을 받는 반면, 액세서리와 장식품, 디자인 등 K-공예에 대한 관심과 발전은 다소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바꿔 이야기하면 K-공예가 새로운 콘텐츠 개발과 발전이 가능한 영역이라는 것과 함께 직업창출이 가능한 분야라는 것이다.

 

이온수 예문공예 대표가 작업실에서 붉은색으로 옻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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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온수 예문공예 대표가 작업실에서 붉은색으로 옻칠을 하고 있다

 

옛것에서 창출하는 새로움


시대의 흐름에 따라 직업을 대하는 자세도 변화하고 있다. 좋아하는 취미가 직업이 되기도 하고, 한 번 취업하면 65세 정년까지 해고나 이직 없이 계속 일할 수 있는 '평생직장'이라는 말은 옛말이 됐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취업자 수는 2690만4000명으로 1998년 IMF 이래 최대 감소 폭을 기록했다. 반면 실업자 수는 110만8000명으로 2000년 이후 최대치다.

 

한편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OECD 회원국 가운데 최악 수준인 43%로 집계됐으며, 오는 2025년 한국은 국민 5명 중 1명이 65세 이상 노인인 '초고령사회'에 들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젊은층의 구직난은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국민들의 평균수명과 퇴직한 고령층 인구 수는 계속 증가하는 상황에 맞선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온수 예문공예 대표는 "코로나 19 영향인지 최근 초록색이 가장 인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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