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 년 전에 벼농사를 짓기 시작한 한반도

인간이 동물과 구별되는 특징 중의 하나는 도구를 만들어 사용할 줄 안다는 점입니다. 이에 고고학자들은 도구의 종류에 의거하여 인류 역사를 석기 시대, 청동기 시대, 철기 시대로 구분을 합니다.
 
석기 시대는 다시 구석기 시대와 신석기 시대로 나누어지는데, 오스트랄로피테쿠스가 출현한 때부터 수백만 년 동안이 모두 구석기 시대입니다. 신석기 시대는, 지난 5만 년 전 현생 인류가 출현한 이후로도 계속 남아 있던 얼음 층이 약 1만 1천년 전에 북쪽으로 완전히 물러가고 따뜻한 기후가 찾아옴으로써 비롯되었습니다.(KBS 1TV,<바다 대기행>4편, “바다의 동맥, 해루”, 2001.8.5.)

온화한 기후는 추운 기후 때문에 한동안 잘 보이지 않던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를 지구의 곳곳에 널리 번식시켰습니다. 새롭게 대거 출현한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는 지혜가 더욱 발달하여 그 전 인간들이 쓰던 타제석기보다 한결 월등한 마제석기를 만들었습니다. 말 그대로 새로운 석기 시대가 시작된 것입니다.
 
이들은 또한 음식을 저장하거나 끓여먹고 물을 떠먹을 수 있는 토기를 처음으로 제작하였습니다. 이로써 인간의 경제생활이, 이곳 저곳을 방랑하며 먹이를 찾아 다니던 획득 경제에서 한 곳에 정착하여 농사와 목축을 하는 생산경제로 바뀌었습니다. 농경 생활을 함으로써 주거 양식도 바뀌어, 동굴에서 나와 평지에 움집을 짓고 살게 되었습니다. 농사에 필요한 공동 작업을 하고 수확한 곡식을 지키기 위해 예전과 달리 촌락을 이루어 살게 되었습니다. 농경생활의 시작으로 인류의 생활에 일대 변혁이 일어난 것입니다. 이를 신석기 혁명이라 합니다.
 
그렇다면 1만 년 전 신석기 혁명을 실현시킨 인류의 농경생활, 즉 벼농사는 어디에서 시작되었을까요?
 

충북 청원군 소로리에서 고대의 볍씨 18개가 출토되었는데, 이것의 토탄층 연대가 BCE 12670~10550년으로 측정이 되었습니다. 같은 토탄층의 아래층에서는 고대형 단립벼가 나왔는데 이 토탄층의 연대와 비슷한 시기인 BCE 11970년 이었습니다. 그리고 가장 늦은 시기의 토탄층에서는 장립벼가 나왔는데 이 토탄층의 연대는 BCE 10550년 이었습니다.
 
신석기 초기에 재배되던 세 종류의 벼가 한반도에서 출토된 것입니다. 이 연구 결과는 한동안 볍씨 자체의 연대를 측정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미국 아리조나 대학교에서 토탄과 볍씨를 분리 측정하여 볍씨의 연대를 BCE 10550년 경으로 밝힌 이후, 이 자료는 1만 년 전 벼농사의 명확한 자료로서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았습니다.
 
 
아직까지 만주와 요동 등에서 이와 유사한 발굴 사례는 없지만, 한반도의 1만 년 전 볍씨는 당시 동북아 전역에 벼농사가 행해졌을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합니다. 흔히 농경 문화는 BCE 7000년경 서남 아시아의 오리엔트 지역, 즉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맨 먼저 발생한 것으로 간주되었습니다. 하지만 2004년 청원군 볍씨에 대한 연구 결과가 발표된 이후, 신석기시대를 연 농경 문화의 발원지로 동북아시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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