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생활문화

천 년 세월 썩지 않는 종이, 한지

대한K화랑 0 877


한지는 예로부터 물이나 공기 못지않게인간생활을 영위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물질로, 그 우수성을 국내외적으로 인정받아 온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이다.


예로부터 중국인들은“고려 종이는 누에고치 솜으로 만들어져 종이 색이 비단같이 희며 질기기가 마치 비단과 같은데 글자를 쓰면 먹물을 잘 빨아들여 종이에 대한 애착심이 솟구친다. 이런 종이는 중국에는 없는 우수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구한말(舊韓末) 러시아 대장성(大臧省)의 조사 보고서인『한국지』에는“한국의 종이는 섬유를 빼어 만들므로 지질이 서양 종이처럼 유약하지 않고 어찌나 질긴지 노끈을 만들어 쓸 수도 있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한지는 우리 선조의 정성과 장인정신이 담긴 예술품이며 수천 년에 걸친 우리 문화의 견인차요 과학기술 축적의 결정체다.

천년의 비밀


한지는 닥나무 껍질을 주원료로 사용한다. 닥나무 자체로 제작되므로 부드럽고 포근한 느낌을 주며 여러 겹으로 배접해서 견고하고 단단하면서도 매우 가볍고 운반이 용이하다. 또 다양한 색지가 있고 장식성과 실용성이 뛰어나 개성있는 작품을 만들 수 있다. 외국인들에게 우리 전통공예품의 아름다움을 적극적으로 알릴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보통 종이의 원료로 나무껍질이나 솜, 마가 주로 사용됐다. 그러나 마섬유로 된 종이는 필기하는 데 껄끄러운 감이 있고, 종이의 원료공급이 한정적일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우리 조상들은 다른 종이 재료를 찾게 되었고, 이에 발견한 것이 닥이었다. 천년이라는 세월 동안 삭지도, 썩지도 않는 우리의 한지. 이것은 우리나라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질 좋은 닥나무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리고 닥나무를 자근자근 두드려 원료를 얻어 다시 그 원료를 가둠틀 없이 전후좌우로 자유롭게 흘려보내는 독특한 제조기법과 세계 최초로 고안한 가공기법인 도침  이 있었기에 세계에서 가장 우수하면서도 질긴 특성을 가진 한지를 만들 수 있었던 것이다.

한지의 강한 특성은 한지를 몇 겹으로 바른 갑옷에서도 볼 수 있다. 옻칠을 입힌 몇 겹의 한지로 만든 갑옷은 화살도 뚫지 못했다고 한다. 또 다른 예로 구텐베르크(1397~1468)의 성경은 발간된 지 550년밖에 안 됐음에도 지질 보관에 문제가 있어 열람조차 불가능한 암실에 보관되어 있는 반면 한지는 천 년 세월을 견뎌내는 것은 물론 삭지도, 썩지도 않는다.

한지의 우수성


서양문명의 자존심인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를 이용해 찍은 성경은 발간된지 550년 밖에 되지 않았지만 현재 열람조차 할 수 없다. 이와는 달리 천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음에도 한지로 만든 인쇄물을 아직까지 박물관에서 열람할 수 있다는 사실은 우리 조상들이 만든 한지가 얼마나 뛰어난 것임을 입증하는 좋은 예이다.


이처럼 한지는 질기고 수명이 길다는 것 외에도 보온성과 통풍성이 매우 뛰어나다. 옛날, 겨울철 찬바람을 오직 한겹으로만 막아 우리를 따뜻하게 해준 것이 바로 한지였다. 한지를 창과 문에 발라서 사용한다고 해서 창호지 또는 문종이라고도 했다. 창호지는 한지가 가장 많이 사용되는 분야 중 하나로 방안의 온도와 습도까지 자연적으로 조절해준다. 


온돌에 장판을 깔고 생활했던 우리의 주거생활은 방안에 습기가 많은 것이 문제점이었다. 그러나 한지를 사용함으로써 습기를 자연적으로 배출시켜 쾌적한 생활공간을 만들수있었다. 뿐만 아니라 한지는 바람과 빛을 통과시키고 습도를 조절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즉, 습기가 많으면 그것을 빨아들여 공기를 건조하게 하고, 공기가 건조하면 습기를 내뿜어 알맞은 습도를 유지하게 하는 신축성을 갖고 있다. 그렇기에 창호지를 흔히 살아 있는 종이라고 하는 것이다. 


얼마 전 한지는 우수성을 인정받아 튀니지 국립도서관 고문서 복원에 사용되었으며, 러시아에서 발사된 무인 우주화물선‘프로그래스호’에도 실려 국제우주정거장으로까지 보내졌다. 이러한 한지의 우수성을 알리고자UN 사무총장 관저를 한지로 꾸미기도 했다.


최근 잊혀졌던 우리 종이인 한지의 다양한 기능이 재조명되면서 한지를 이용한 여러 일상용품의 개발과 한지의 디자인화, 산업화가 활기를 띠고 있다. 한지는 천 년의 보존성을 지녔을 뿐 아니라 따뜻하고 원적외선이나 음이온등 인체에 이로운 성분을 방출한다. 숨을 쉰다는 한지는 습도를 조절하는 능력도 있다. 이제는 한지천이 개발되고 있고, 한지를 섬유로 만들어 의류나 침장류에 쓰고 있으며, 이 제품들은 아토피성 피부에 효과를 보이고 있다. 이렇게 한지의 우수한 기능 하나하나가 새로운 소재가 되어 기존제품에 부가가치를 더하는 것은 물론 창조적인 상품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한지는 현대인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주거문화에 혁명을 일으킬 수 있는 새로운 소재, 대안으로 개발되고 있다.

우리 조상의 지혜로 만든 한지가 이처럼 자연현상에 순응하는 성질은 모두 자연에서 얻는 재료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오늘날 항상 새로운 것만 추구하는 현대인들의 삶으로 인해 우리 조상들의 우수한 문화유산인 한지는 점차 사라지고 있는 현실이다. 얼마전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숭례문 화재 사건을 보면서 많은 분들이 통곡하는 장면을 뉴스를 통해 보았을 것이다. 우리 곁에 있을 땐 그렇게까지 관심을 쏟지 못했던 것이 사라지고 난 후, 그 소중함에 대해 절실히 느꼈던 것을…, 한지 역시 우리 조상들이 남겨 놓은 소중한 문화유산으로서 그 소중함을 점차 잃어가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소중한 문화유산을 지켜나가기 위해 온고지신(溫故之新)의 의미를 되새겨 보자.

앞으로 옛 문헌과 옛 유물을 철저히 분석하고 연구해서 대량생산을 위한 기술개발에 노력하고 한지의 우수성을 정량화하여 수출전략에
힘써야 한다. 이를 통해 우리 선조들의 지혜를 세계 만방에 떨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 진정한 대한민국의 세계화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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