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 코로나19의 벽을 넘다

넷플릭스․웹툰 통해 한류 새바람

영화․드라마․K-POP 등 사랑받아

정부도 한류콘텐츠 확산에 노력

[천지일보=백은영 기자] 장기간 지속되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도 ‘한류’의 열기는 식을 줄 모르고 있다.

지난 2020년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제92회 아카데미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 등을 휩쓸며 한류 열풍에 불을 붙였고, 뒤를 이어 정이삭(리 아이작 정) 감독의 영화 ‘미나리’가 제93회 아카데미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윤여정 배우)을 수상하면서 전 세계가 한국영화에 비상한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K-POP에서는 방탄소년단(BTS)이 해외 각종 시상식을 섭렵하면서 한류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최근에는 아시아 최초로 2021 아메리칸뮤직어워즈(AMA) ‘올해의 아티스트’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이는 2022년 2월 1일 열리는 제64회 그래미 시상식 후보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비록 수상의 영광을 얻진 못했지만 BTS는 이미 지난 3월 제63회 그래미 시상식 후보에 오른 바 있다. 한국 대중가수로는 처음으로 팝 장르 시상 부문 중 하나인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도 충분히 화제가 됐다.

 

영화와 음악뿐 아니라 드라마에서도 한류의 뜨거운 열기를 읽을 수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세계 최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넷플릭스의 한국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게임(Squid Game)’이다.

‘오징어게임’은 공개 직후부터 ‘넷플릭스 전 세계 톱 10 TV 프로그램’ 부문 1위를 한 달 넘게 석권하는 등 새로운 기록을 세우고 있다. 그중 하나가 넷플릭스 영화와 드라마를 통틀어 공개 4주 만에 1억 시청자수를 넘긴 것으로 이는 ‘오징어게임’이 최초다.

이런 흥행에 힘입어 드라마 속에 등장한 각종 게임과 소품들도 덩달아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으며, ‘오징어게임’을 패러디한 예능 프로그램이 미국과 유럽, 아시아를 넘어 아프리카에서도 방영되기 시작했다. 지난 10월 26일에는 한국관광공사 뉴욕지사 주최로 미국 뉴욕 한복판에서 ‘오징어게임’에 등장하는 ‘딱지치기’ ‘달고나’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등의 놀이가 펼쳐지기도 했다.

‘오징어게임’은 공개 직후부터 ‘넷플릭스 전 세계 톱 10 TV 프로그램’ 부문 1위를 한 달 넘게 석권하는 등 새로운 기록을 세우고 있다. (출처: 오징어게임 스틸컷) ⓒ천지일보 2021.11.19

넷플릭스와 같은 OTT는 코로나19로 모임이나 여행이 제한된 상황에서 이용자수가 급증한 서비스 중 하나로, 이는 역설적이게도 국가 간 이동이 자유롭지 못한 사람들을 하나로 이어주는 다리가 되고 있다.

더불어 OTT 서비스를 통해 접하게 된 드라마 속 패션이나 화장품 등도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를 방증이라도 하듯 최근 일본에서는 10~20대의 젊은 층들이 한국 드라마를 통해 알게 된 옷이나 화장품 등을 구입하는 비중이 늘어났다. 국내 패션 플랫폼 ‘무신사’가 최근 신주쿠 이세탄백화점에서 진행한 판매 행사에서 선보인 국내 브랜드 의류 수백 벌은 하루 만에 품절되기도 했다. 무신사 관계자는 “제품을 구입한 소비자의 40%가 10~20대였다”며 “일본 젊은 층이 한국 브랜드를 많이 좋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현상을 두고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이후 일본에서 ‘네 번째 한류’ 바람이 불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코로나19로 넷플릭스와 유튜브 등을 통해 한국 드라마나 웹툰 등 언택트(비대면) 콘텐츠를 자주 접한 젊은 층 사이에서 한류에 대한 관심이 광범위하게 퍼져나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흥미로운 것은 일본의 스포츠·엔터테인먼트 매체 골(Goal)이 지난 10일 발표한 올해의 유행어 순위다. 30개의 유행어 중 1위가 한국 드라마 ‘오징어게임’이었다. 뿐만 아니다. 지난 16일 일본 넷플릭스 상위 10위 중 네 편이 한국 드라마로 1위 ‘오징어게임’, 4위 ‘진심이 닿다’, 5위 ‘연모’, 9위가 ‘갯마을 차차차’였다.

tvN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 (출처: 갯마을 차차차 공식 포스터) ⓒ천지일보 2021.11.19

이렇듯 드라마와 영화, K-POP 등이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으면서 한국문화도 덩달아 많은 관심과 사랑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에 정부 또한 재외 한국문화원을 중심으로 한류 콘텐츠 확산 노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지난 16일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황희 장관은 이날 프랑스 파리 한국문화원에서 열린 유럽권 13개국 한국문화원장·문화홍보관 회의에 참석해 한류 확산 창구 활성화 방안을 논의했다.

황 장관은 “재외 한국문화원은 한국문화 확산의 중심일 뿐 아니라 한류 콘텐츠를 집약적으로 소개할 종합창구로서 그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며 “재외 한국문화원을 중심으로 권역별 관계 기관 회의체를 구성하고 지역별 연계망을 구축해 한국문화 콘텐츠 확산 창구 체계를 일원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또한 K-POP 한류가 낳는 파급효과에 주목하고 있다. BTS의 빌보드 석권 등의 성과 뿐 아니라 K-POP 공연이 글로벌 MZ(밀레니얼+제트) 세대를 한국으로 불러들여 침체된 관광시장을 되살리는 특효약이 될 수 있단 판단에서다.